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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과 강물의 은밀한 만남에 대하여 달빛과 강물의 은밀한 만남에 대하여 제갈덕주/문학광장 ​ 1. 정의(Definition)의 어려움에 대하여 ​ 어​떠한 것을 정의한다고 할 때 ‘X는 무엇이다’와 같은 형식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철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라던가 ‘사과는 단맛이 나는 과일의 일종이다.’와 같은 방식의 속성 부여가 가능한 대상은 대개 지시적 특징이 매우 뚜렷한 경우에 속한다. 현실 속에서 형상이 뚜렷한 경우에는 그것을 쉽게 지시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부가 정보들의 제공만으로도 정의가 가능하다. 반면, ‘사랑이란 어떠한 것이다.’ 또는 ‘믿음이란 어떠한 것이다.’와 같은 경우는 그 대상이 현실 속에서 일정한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정의하기가 어렵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를 찾아보자.. 더보기
[창작/제갈덕주] 응화존신기 [應化尊神記] 아브락사스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허허로움. 치열했던 삶을 마감하고 이제 그에게 허락된 마지막 권리를 집행하고 있는 사나이. 곧 삶도 죽음도 없는 근원의 세계로 돌아가 안식에 들고자 했다. 그 옛날 승려들은 마지막 남은 육신의 찌꺼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다비식이라는 장례를 지냈다고 한다. 마왕의 아들로 태어나 마족이기를 거부한 남자, 아브락사스는 자신만을 위한 다비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을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아브락사스는 들보리 산맥에 올라 장작더미들을 한 단씩 쌓아 올렸다. 오직 들보리 산맥에서만 자란다는 악마의 나무를 말려 만든 장작더미. 마족이라면 누구도 가까이 가지 않는 저주받는 나무 크리슈나무르티. 빛과 생명의 나무, 그래서 웬만한 마족은 .. 더보기
[창작/제갈덕주] 눈 위의 붉은 꽃이 핀다면 보리수 아래에서 7년간의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는 열반에 들기 전에 자신의 법을 가섭에게 전했는데, 이 가섭이라는 사람이 바로 이심전심과 염화미소의 전설로 유명한 그 제자였다. 이후 가섭으로부터 인도의 여러 승려들에게 그 법맥이 이어지다가 마침내 달마에 이르게 되었다. 인도 사람 달마가 그 깨달음의 진수를 들고 중국에 와서 소림사가 있는 숭산의 동굴에서 구 년 면벽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인도에서 큰 스승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는데, 어느 하나 달마의 시선을 잡아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혜가라는 사람이 도를 배우겠다고 달마를 찾아왔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했듯 그 날도 달마는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고 참선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혜가라는 사람이 몇 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