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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비평

[비평]'구르믈…' 우리에게 어울리는 꿈이란? (상)



한국 취업 신문 협력 기사(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27)






이준익 감독의 2010년 작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토대로 '우리에게 어울리는 꿈이란?'이라는 주제로 영화 비평을 해 보겠다.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되도록 영화를 보고 나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온통 부조리로 가득하던 시대의 갖지 못한 자들의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이상향'에 대해 말하기 위해 영화는 네 사람의 조금씩 다른 인물을 주인물로 잡아 그들의 '꿈'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향이 어떤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영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에서 제시된 이상향이 어떤 것인지,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영화에서 말하는 이상향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꿈'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순서이다. 이 경우 황정학과 이몽학 사이의 꿈에 대한 갈등이 서로 대비되고 이를 중심으로 영화의 중심 갈등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중심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둘을 중심으로 비교하며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후에 조금 더 상세하게 영화가 그리고 있는 이상향을 살펴보고 그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의미를 찾아보겠다.







일단은 영화 속에 쓰인 꿈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 가장 순서상 앞서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영화 내에서 그들의 꿈을 상징한 요소들을 통해서 황정학과 이몽학의 꿈에 대해 파악해 보겠다.


그들의 꿈과 관련해서 사용된 상징으로는 태양과 달, 그리고 구름이 있다. 달과 구름은 이미 제목에 쓰인 것만 생각해 봐도 상당한 중요성을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인 황정학이 죽는 순간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이 영화의 주제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요소라는 뜻이다.


'구름이 가렸다고 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몽학은 지는 태양을 쫓고 있다.' 라는 황정학의 유언은 황정학과 이몽학의 꿈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큰 힌트가 된다. 이 두 문장의 의미만 파악해도 영화를 벌써 반은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선 구름이 가려도 달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에 대해 알아보자. 이 말의 뜻은 평소 우리가 구름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던 심상에 맞추어 생각해 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추측해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구름이 무엇을 가리는 의미로 사용될 때 대부분 구름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곤 한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일단 구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른다고 쳐도 달을 가리는 어떤 부정적인 존재라고 인식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달과 태양이란 무엇일까? 황정학이 태양을 지는 태양이라고 묘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달을 떠오르는 것으로 표현했는데, 이 뜨고, 내리는 두 관계는 그것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떤 기준을 두고 대비되는 개념인 만큼 그 둘은 서로 동등한 어떤 관계에 있는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태양과 달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면 둘 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이라는 것은 공통점이고, 태양은 지고 있는 것이고, 달은 뜨고 있는 것은 차이점이다. 또 태양은 밝고 뜨겁게 주위를 밝히는 반면, 달은 약하고 은은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


이처럼 태양과 달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영화에서 황정학은 이몽학을 지는 태양을 쫓는 자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달을 쫓는 사람으로 나타내었다. 황정학과 이몽학과 연관시켜 볼 때, 우선, 태양과 달이 둘 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이라는 둘의 공통점이 의미하는 것은 그것이 잡으려고 노력해도 손을 뻗어 잡을 수 없다는 것. 즉, 그것이 '이상향'의 세계에 속해 있는 것임을 뜻한다. 그것은 그들의 '꿈'의 결정체인 것이다. 그 대상이 다른 것은 둘의 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태양과 달의 차이점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태양과 달의 차이점은 황정학과 이몽학이 추구하는 세상의 차이점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황정학은 태양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달은 뜨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뜨는 것과 지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구든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옹호하기 마련이니까 일단 이것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담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달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으려는 것은 감독의 의도이기는 하겠으나 감독의 편에 서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황정학과 이몽학을 살펴보는데 긍정과 부정은 선입견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를 통해 감독이 황정학의 이상향을 더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알 수 있는 것은 태양은 지고 있는 것이라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금방 몰락하는 것이고, 달은 뜨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황정학이 이몽학에 의해 죽으면서 이몽학이 원하는 것은 '다 같이 죽는 길'이라고 말한 이유와도 연관된다.


또 태양과 달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태양은 밝고 뜨겁게 불탄다. 그러나 달은 은은하고 고요하게 밤하늘을 비춘다. 즉, 이몽학은 굉장히 열정적인 인물, 급진적이고 반항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것과 황정학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점진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태양이 주위를 밝게 비추고, 달은 그렇지 못하는 것으로 영향력의 범위를 알 수 있다. 주위를 모두 환하게 비추겠다는 이몽학의 꿈은 비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나 황정학의 꿈인 달은 교교하게 주위를 비추면서도 그리 튀지 않아 서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몽학의 이상향에 비해 황정학의 이상향은 훨씬 민족적 정서와 부합하는 이상향이다. 감독은 이러한 이유에서 '달'을 더 긍정적으로 묘사하려고 한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달은 기본적으로 구름처럼 떠돌아다니지 못한다. 1시간에 15도씩 지구 주위를 돌고있기는 하지만 구름과 비교했을 때 그닥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없는 정도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에 비해 달은 적극적으로 구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구름에 가려도 결코 달 자체는 사라지지 않으며, 은은한 빛을 내며 천천히, 하지만 끊임없이 구름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비록 가진 힘은 미약하지만 어떤 부정적인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상향을 향해 노력하는 민족의 기상이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민족적 정서에 부합하며 사는 것을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감독의 한마디이다.


이것은 실제 이몽학과 황정학의 행동을 통해 생각해 보아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간략히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몽학의 현실개조의 욕구, 위험을 무릅쓰는 진취적인 성격은 대낮의 이미지, 태양의 강렬함, 밝은 빛이 지니는 성격과 부합한다. 그리고 황정학의 샛길로 다니는 것, 현실개조에 진취적이지 않음은 달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해 보자면 이몽학이 원하는 이상향은 현실에 앞장서서 모든 모순을 뜯어고쳐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황정학이 원하는 세상은 현실의 범위 안에서 자신의 분수와 한계를 깨달으며 이상향을 위해 노력해 가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나머지 두 인물과 이들과의 관계에 대하여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영화의 궁극적 주제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겠다.


 

'[비평]우리에게 어울리는 꿈이란? (하)'로 이어집니다.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