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극/뮤지컬 이야기/연극 리뷰

[연극리뷰]'천일야화' 우리의 교육을 향한 함세상의 따뜻한 일침

한국 취업 신문 동시 게재(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96)





지난 4월 21일부터 5월 1일까지 마당극 천일야화가 대구 대명동 씨어터 우전에서 공연됐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김재석 교수가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으며 극단 함께사는 세상(이하 함세상)이 공연을 맡았다.

천일야화는 우리가 ‘아라비안 나이트’로 알고 있는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세헤라자데가 천 일동안 이어나간 이야기처럼 끝없이 이어져 나오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붙여진 제목이다. 물론 내용은 천일야화와 직접적 관련이 없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둘러싼 이야기를 폭넓게 다룰 뿐이다.

사실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이라는 방대하고 밑도 끝도 없는 문제를 다각도에서 꼬집는 것은 9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다소 참신한 방법을 썼다. 그것은 연극의 장르와 무관하지 않다. 천일야화의 장르는 ‘마당극’이라는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해야 하지만 먼 것이다.

마당극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연극처럼 모든 내용이 유기적이고 일관된 주제로 연결되지 못하고, 통일성 있거나 극적인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관객을 강하게 극 중 인물에 몰입시키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당극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연극의 내용을 우리에게 낯설게 함으로써 사건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게 해 비판적 안목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주제별로 여러 마당으로 나뉘어 한 번에 하나의 면만을 다룰 수 밖에 없는 서양의 연극에 비해 한 주제를 폭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당극 천일야화는 이러한 점을 이용했다.

마당별로 주제가 서로 조금씩 다른데 걸맞게 각 마당은 서로 다른 형식을 지녔다. 주제에 따라 우리의 전통극 형식인 탈춤, 판소리의 형식을 차용하거나 일반적인 서구의 연극, 뮤지컬, 인형극 등의 독특한 형식도 골고루 사용했다. 이처럼 각기 다른 형식을 사용함으로써 주제에 가장 적합한 구성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다채로운 형식을 통해 관객이 오래 집중하기 힘든 마당극의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연극은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거나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문제시되는 현상을 보여주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원인이 불분명한 문제에 미숙한 판단력으로 해답을 제시하기를 꺼린 것이다. 다만 연극에서 나타난 교육을 둘러싼 현실 문제에 관객이 함께 고민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극 초반 '관객배우'라는 단어를 외치며 '우리 연극은 마당극이라 관객의 참여가 중요합니다.'를 강조한 데 비해 공연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지 않고 일방적 전달에만 치중했던 점은 조금 아쉽다. 물론 부분적으로 관객의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관객이 사전협의 없이 공연에 끼어들더라도 아마 그것을 저지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미 서구의 연극에 익숙해진 관객이 자발적으로 연극에 참여할 수 있을까? 매우 바람직하지만 아마 힘들 것이다. 마당극이 익숙하지 않은 그들을 위해 '관객이 조금 더 능동적일 수 있는 구성을 취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날카로운 메시지를 훈훈하게 한국적 정서로 녹여낸 천일야화, 생각 없이 시간 때우러 갔다가도 뜻밖의 선물을 얻게 되는, 머리뿐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 줄 착한 연극이다.


덧 : 마당극 천일야화가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앵콜공연을 하게 됐다네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이 기회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