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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칼럼

[칼럼]단편 영화와 장편 영화, 뭐가 다를까?



한국 취업 신문 협력 기사
(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45)








단편 영화와 장편 영화의 가장 큰 표면적인 차이는 물론 시간이다. 단편 영화는 보통 40분을 넘지 않는 영화를 뜻하고 장편 영화는 우리가 늘상 보는 1시간 20분 이상의 영화. 그 사이를 중편 영화라고 하지만 그리 흔치 않으므로 신경 쓰지 말자.

단편 영화는 보통 30분 이내의 짧은 시간 내에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녹아 내는 영상 문학 갈래다. 상영 시간이 짧다는 이 사소하고도 중대한 특징 하나가 우리가 극장에서 흔히 보는 영화와 큰 차이를 만든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단편 영화와 장편 영화는 평균적인 특징을 일반화한 것이므로 절대적이지는 않다. 예외는 항상 있으므로 너무 까칠하게 보지 말고 참고만 하자.

단편 영화는 상영시간이 짧다는 특성 때문에 한번에 많은 것을 담아 낼 수 없다. 짧은 영화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면 설명이 부족해 몰입이 불편하고 이해가 어려워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

반면 장편 영화는 시간이 충분해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내러티브가 뚜렷해 관객을 쉽게 집중시키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설득할 수 있다. 그래서 의미를 찾기도 쉽다. 어떤 하나의 감독의 말을 긴 시간 동안 이야기로 풀어나간 것이 장편 영화이기 때문이다.

단편 영화의 메시지 전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무리 주제를 섬세하게 부각하고 상징적으로 나타내도 어쩔 수 없다. 무언가를 설명할때는 아무래도 120분이 30분 보다 훨씬 좋다.

감독은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어필하기 힘들뿐더러 억지로 한다쳐도 관객의 자유로운 사고를 마비시킨다. 관객은 감독의 생각을 이해는 해도 깨달을 순 없게 된다.

그래서 단편 영화는 아예 장편 영화와 달라졌다. 장편 영화가 소설이라면 단편 영화는 시라고 생각하면 쉽다. 시는 소설보다 분량이 훨씬 적지만 못지 않은 강한 힘을 지닌다.

소설은 수많은 사건의 연속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되고 그것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시는 하나의 심상만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심상을 독자의 사고 속에 깁숙이 침투시켜야 한다. 이 때 필요한 촉매가 바로 시의 구성이다.

단편 영화 역시 이와 비슷하다. 주제를 정해놓고 그것을 활성화할 '영상'이라는 촉매를 던져놓는다.

그 힘은 강력하다. 무식하게 수치상으로만 놓고 봐도 30분 감상하고 200분 생각에 잠기는 것이 120분을 감상하고 30분만 생각하는 것보단 효과적이다.

장편 영화가 음식을 만들고 씹어 부드럽게 만든 다음 관객에게 준다면 단편 영화는 아예 재료와 레시피만 주고 알아서 자신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라고 한다. 영화의 주제를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너무나 난해해져 관객과 멀어지는 것 역시 단편 영화의 특징이자 한계이다. 너무나 어려워 누구의 공감대도 얻지 못하는 영화는 결국 버려진다. 어쩔 수 없는 단편 영화의 현실이지만 요즘은 극적 요소를 가미한 단편 영화들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 어떤 면에서는 고무적이다.


 

단편 영화는 이처럼 장편 영화와는 판이한 구조를 보인다. 영화라고 다 같은 영화가 아니다. 장르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고서야 진정으로 그것을 즐기기는 어렵다. 새로운 마음으로 단편 영화를 감상하자.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