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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인터뷰]판타지 한류열풍, 작가 전민희를 만나다.

한국 취업 신문 동시 게재(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72)




인터넷 소설을 연재하고 책으로 출판하고 정식 작가가 된다? 인터넷 소설을 한 번이라도 써 본 적, 혹은 읽어본 적이라도 있는 사람 중에서는 이런 꿈을 한 번도 꾸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드물 것이다. 인터넷 연재는 애초에 여가 생활의 일종이라 부담이 없고 자본금도 들지 않아 위험부담도 없다. 또 성공해 출판하기 전까지는 마감의 압박도 없으며 본업에 지장없이 종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모로 편리한 인터넷 연재는 당첨 시 출판 기회를 주는 무료 복권이나 다름없다. 자유롭게 소설을 연재하다 출판 제의를 받고 작가가 되는 것은 참으로 꿈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쉽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정말 그런 일이 눈앞에 닥쳤다고 생각해 보라. 꽤 복잡한 생각과 선택이 나를 괴롭힐 것이다. 책을 출판할 기회를 얻었다고 한들 작가로서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터닝 포인트'다. 단순한 용돈 벌이라면 모르되 작가가 되려면 적어도 그동안의 삶의 패턴을 유지하려는 생각은 정리해야 한다. 포기할 것도 많고 고민할 것도 많다.

지금 여기 그 과정을 딛고 탁월한 실력과 노력, 일에 대한 신념으로 아시아를 주름잡게 된 작가가 있다. 90년대 후반 PC통신 연재소설의 개척자 중 하나이며 아시아의 조앤 롤링이라고 불리는 그녀, 환상 문학 작가 전민희 씨를 만나보았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처음으로 단편을 완성했고, 장편은 5학년 때 처음 착수했다고 기억됩니다."


작가가 되겠다고 처음 생각한 것은 초등학교 말 즈음이었다. 그 시절치고는 조숙하게도 작가로만 먹고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단 다른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후 꾸준히 작가의 꿈을 키워나가게 됐다.

딱히 '작가가 되기 위한 연습'의 일환은 아니었지만 소설을 써 보고 친구들에게 돌려 읽히는 등의 연습을 많이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처음 단편을 완성했고, 장편은 5학년 즈음에 착수했다. 그 후로 고등학생 시절까지 꾸준히 다양한 장편을 시도하고 친구들에게 돌려 읽히곤 했다. 때로는 난해한 소설로 친구들의 탈모에 상당한 기여를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냥 재미로 한 것이지만 돌이켜보니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이었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1999년이 되고, 나우누리에 '세월의 돌'을 연재하게 됐다. 책으로 출판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봐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첫 글 조회 수가 70 정도 나온 것을 보고도 무척 기뻐했었다. 이후 세월의 돌은 400만 이상의 경이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그해 가을, 책으로 출판됐다.

소설가 이전의 그녀는 민족 예술인 총 연합(민예총)에서 연구원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의 돌을 정식 출판하게 되면서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일종의 희생이었다.

그 후 소설에 더욱 몰입해 '룬의 아이들'이나 '태양의 탑' 등의 소설을 계속해서 집필했다. 그녀의 소설은 일본이나 동남아 등지에 수출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다. 또 그녀는 '테일즈위버'나 '아키에이지' 등의 게임에 스토리 텔링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 건 없고, 무얼 하든 열심히 사는 것이 제일 좋겠습니다. 삶에 진지하면 글로 쓸 거리도 생기기 마련이라고 생각됩니다."


글 쓰는 것 외에 작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없는지 묻자 그녀는 어떤 분야든 흥미가 가는 것을 기록하거나 보관하곤 했던 어릴 때의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문기사 스크랩에서부터 TV를 보다 연습장에 받아 적은 사소한 것들까지, 다시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에 열심히 보관했었다. 현대는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되어 당시의 기록은 대부분 효용 가치를 잃었다. 하지만 그 때 생긴 ‘앎을 사랑하는 습관’은 지금까지도 그녀의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어떤 경험도 작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과거에 재미삼아 했던 쓸데없는 공부가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직업도 드물겠는데 제 직업이 그렇네요."라며 작가가 천직임을 넌지시 과시했다. 대학 시절의 정치외교학과 공부뿐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에 뒤적이던 올컬러 백과사전까지도 모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작가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로는 '삶에 대한 진지함'을 꼽았다. 작가가 되기 위한 특정 공부를 한다기보다 "삶에 진지하면 글로 쓸 거리도 생기기 마련이다."며 무얼 하든 열심히 사는 것이 제일 좋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오래오래 하며 살아야 하는 위험부담과 비슷하게 크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박찬욱 감독의 강연회에서 이런 질문을 들었다. "제 동생이 영화감독이 되고 싶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자 박찬욱 감독이 주저 없이 딱 잘라 말했다. "당장 그만두라고 하세요."

어떤 예술가는 예술가로 사는 데 대한 미래의 불투명, 창작의 고통 때문에 지인이 같은 길을 걷겠다고 하면 때려서라도 말리는 경우가 있다. 진심이 아닌 경우, 혹은 한 번 떠보기 위한 것일 수 있겠지만 모두 예술가로서의 삶이 고달프다는 것을 반증하는 이야기다.

전민희 작가에게 이와 비슷한 '친한 후배가 판타지 소설가가 되겠다면 뭐라고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그녀는 뜻밖으로 "격려를 해 주고 말고는 그가 어떤 것을 썼느냐에 달렸다. 잘 썼다면 당연히 응원해 줄 것이다."라고 답했다. 너무 평범한 답이라 혹시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작가가 되는 데의 위험부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어 물어보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오래오래 하며 살아야 하는 위험부담과 비슷하게 크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되기로 했다면 응당 많은 희생과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녀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작가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면 그것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갖는 것도 작가가 되는 것보다 작은 고통은 아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었지만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라고나 할까?

혹자는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예술가는 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기회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오히려 예술가가 나쁜 직업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안정된 생활과 꿈의 실현,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이 깊이 담아둘 만한 말이다.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한 권도 안 읽어봤어요."


민감할 법한 질문에 전민희 작가는 항상 너무도 명쾌하게 답해서 묻는 기자를 당황스럽게 할 때도 있었다. 인터뷰를 할 때는 예상 답변을 고려해서 질문지를 만드는데 아주 예상 밖의 답변은 그것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비슷했다. 인터넷 소설이나 요즘의 양산형 판타지 소설에 대한 평가를 물었는데, 너무도 간단한 대답. "읽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수준이 떨어져서 읽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고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판단도 내릴 수가 없다니, 뭐라 더 할 말이 없다. 인터넷으로 데뷔했으면 그래도 인터넷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일 줄 알았는데 아예 '아웃 오브 안중'인 건가? 혹시 전민희 작가도 이용할 때는 실컷 이용하고 이후에는 거들떠도 안 보는 그런 사람이었나? '전민희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참 무서운 사람이다.'

…라는 생각은 당연히 틀린 생각이었다. 그녀는 인터넷 소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의 차이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인터넷 연재를 하건, 인터넷 소설로 데뷔하건, 그것은 글을 쓰는 수많은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방식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재 방법, 데뷔 방법 등을 결정하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몇 배나 어렵지요. 잘 쓰기만 한다면 방법이야 뭘 택한들 어떤가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 그 자체일 뿐, 다른 수단이나 과정 등은 단지 부차적 요소일 뿐이다. 모니터로 읽는 것이 불편하면 종이로 읽고 말면 되는, 그런 대수롭잖은 차이이다. 






"다시는 글을 못 쓸 것 같더군요."


인터넷 연재로 많은 인기를 얻고, 출판하고, 더 많은 작품을 내고, 더 많은 인기를 얻은 전민희 씨의 소설가로서의 삶은 남들이 보기에는 탄탄대로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고난과 역경은 있었다.

데뷔작인 '세월의 돌'의 연재를 끝내고 차기작인 '태양의 탑'을 집필하던 와중이었다. 태양의 탑이 이미 5권까지 나온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녀는 그 사건에 대해 "이제 와서 다시 파헤치고 싶지 않습니다. 즐거운 기억도 아니고……."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하지만 책 표지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인 문제라고 알려져 있다.

그 당시의 심정에 대해 묻자 그녀는 "다시는 글을 못 쓸 것 같더군요."라고 말했다. 소설가가 글을 못 쓰게 됐다는 것은 축구 선수가 발을 못 쓰게 된 것과 비슷한 것이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천붕지괴의 고통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니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유명한 게임회사 '소프트맥스'에서 프로젝트 참여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새로 만들게 되는 게임의 스토리텔링과 원작 소설 집필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 소설이 바로 '룬의 아이들'이다. 현재 1부 '윈터러'와 2부 '데모닉'까지 출간된 연작 판타지 소설인데 소설을 기반으로 게임 '4리프'와 '테일즈 위버'가 탄생했다.

힘겹게 한고비를 넘자 이전까지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게임은 흥행했으며 '룬의 아이들'의 성공은 기존의 PC 통신 세대뿐 아니라 중·고등학생의 10대 청소년까지 아우르게 되었다.

이후 한국을 벗어나 아시아 각국으로의 수출이 진행되었으며, 최근에는 2011년 요주의 게임인 '아키 에이지'의 스토리 텔링도 담당하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인 줄은 알 수 없으나 당분간 그녀의 앞에는 올라갈 길만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소설가여서라기보다 이름이 알려져서 생기는 불편한 점이겠군요."


소설가는 연예인처럼 TV에 나오는 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점, 그러나 그녀는 그들을 모른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공인이다. 당연히 공인의 문제점도 그녀에게서 발견된다.

그녀는 "잘못된 소문이 점차 확산하더니 사실처럼 믿어져 버렸는데 해명을 하려 하면 더 오해를 부를 것 같아 그냥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라며 소문들에 쉬이 둘러싸이는 공인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 밖에 소설가로서의 문제점은 사회생활을 남들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설을 쓸 때 있어서 무엇보다도 힘든 일은 자신을 만족하게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소설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상당량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관계나 외출의 즐거움 등의 희생이 크게 따릅니다. 이것을 확보하지 않으면 글이 안 됩니다."

이것은 작가의 정신력 소모를 더 극대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가에게는 정신력 소모로 인해 생기는 피로감의 돌파구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휴식시간은 작가에게 놀이보다는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의미가 더 크므로 육체적 피로도를 남기지 않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동네 산책이 좋네요."

독자의 반응도 큰 힘이 된다. 하나만 콕 집을 수는 없지만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든 진심을 토로해 준 모든 독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의 글로 인해 심리적인 고통에서 벗어났다거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용기를 얻었다거나, 나아갈 길을 찾았다거나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힘이 된다고 했다.






"누구든 천 년쯤 산다고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


어떤 분야건 예술이라는 것은 단순히 만드는 시간뿐 아니라 영감을 얻는 시간, 다듬는 시간 등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박찬욱 감독이 '박쥐(2009)'를 처음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 때라고 하며 '인셉션(2010)'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16세 때 처음 구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유명한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준비기간만 4년에 집필기간은 6년이 걸렸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작품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고 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실제로는 더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전민희 작가도 한 편의 소설을 창작하기까지 이처럼 긴 기간이 필요했다. 그녀의 특성인 꼼꼼함도 이유가 되겠지만 장르가 판타지인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 '반지의 제왕'처럼 실제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통째로 창조하다 보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전민희 작가의 소설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주연뿐 아니라 스쳐 가는 조연, 지명, 배경 할 것 없이 모든 대상에는 그들만의 미시적 역사가 존재한다. 그것은 세계 전체의 거시적 역사로 합쳐진다. 게다가 소설 속 세계의 철학이나 미신과 관습까지도 모두 담아낸다. 이것은 전민희 표 판타지 소설이 그토록 물샐 틈 없는 짜임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민희 작가에게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묻자 "어떤 소설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다른 소설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착상했던 소재들이 가다듬어져 다시 나오는 경우도 많고요."라고 말하며 모든 시간은 집필 준비 기간과 연관 있기 때문에 온전한 집필 시간만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대답했다.

소설 '룬의 아이들'의 경우도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룬의 아이들'은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많은 시간을 거쳐 숙성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충분한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사람의 손끝에서 나온 모든 이야기는 글을 쓰는 순간 생긴 것이 아니라 먼 과거부터 그 안에 잠재되어 있던 이야기가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져 온 것이라 말했다. 사람마다 각기 잠재된 이야기는 다르다고 언급하며 그 유한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 작가 안에 무한한 이야기가 들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찍 죽어서 안타까운 작가들도 있지만, 누구든 천 년쯤 산다고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전민희 작가에게 자신의 글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지만 생각만큼 높지는 않았다. 자신이 쓴 글을 봤을 때 잘 썼다고 생각되는 것은 어떤 장면이나 내용에만 부분적으로 해당한다고 했다. 데뷔작인 세월의 돌을 새로 손봐 개정판을 출간한 이유도 스스로가 못 견딜 정도로 글이 못마땅해서였다고 했다. 이러한 자기에 대한 철저한 기준이 지금의 전민희를 낳지 않았나 보인다.






"세상이 칭찬하는 일만 하려고 쫓아다녀서는 새로운 것 하나도 만들기 힘들 겁니다."


현대 소설계에서 판타지는 정식 소설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장르다. 그러나 남들의 부정적인 시선은 그녀에게 아무런 장벽도 되지 못했다. "세상이 칭찬하는 일만 하려고 쫓아다녀서는 새로운 것 하나도 만들기 힘들다."며 그녀는 남들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일반 소설은 '현실'이라는 벽을 넘기 어렵다. 그러나 판타지는 벽을 허문다. 어떤 시대, 어떤 지역, 어떤 인물의 어떤 이야기든 표현하고 싶은 주제 안에 마음대로 융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점이 전민희 작가의 발끝을 판타지 세계로 담그게 했다.

물론 그녀도 판타지 소설가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르나 직업에 대한 회의는 아니었다. "글이 원하는 대로 안 써질 때는 당연히 후회합니다. 내가 무슨 재주가 있다고 대담하게 소설가가 됐을까 하는 생각은 수십 번 해봤습니다. 최근에도 하고 있군요."






"가끔 오가는 메일.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요즘 궁리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판타지 한류열풍의 주역인 전민희 작가의 팬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PC통신이나 인터넷과 연관이 많은 작가인 만큼 '리플'을 통한 많은 소통이 예상되지만 전민희 작가는 리플 시스템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단다. 리플은 쉽게 쓸 수 있는 만큼 정성이 부족한 까닭일 것이다.

그녀도 팬들과의 소통을 져버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작가 자신도 팬들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다만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현재로서는 집필을 하지 않을 때 가끔 메일이 오고 가는 정도란다.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는 출판 기념 팬 사인회 등이 대부분이다. 수출 때문에 해외로 사인회를 나가기도 하지만 외부 활동이 많은 편은 아니다. 혹시나 해서 팬클럽이나 팬 미팅, 강연회 등의 팬 서비스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녀는 생각보다 민감한 문제인 듯 많이 신중했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독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신중해야 하는 일이어서 선뜻 계획하기가 쉽지 않네요."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른 김에 필자도 팬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했던 질문을 하나 던졌다.

"아룬드 연대기와 룬의 아이들 시리즈는 작가님 생전에는 완결될 수 있습니까?"

"갑자기 사고로 죽지 않는다면야 그렇겠지요."

우문현답인지 동문서답인지 헷갈리는, 마지막까지 한류 작가다운 대답이었다.


끝으로 그녀가 독자에게 남긴 말을 옮기겠다. 이것으로 특집 기사 '판타지 한류열풍, 작가 전민희를 만나다.'를 마무리한다.

"요즘 여러분은 무엇이 가장 재미있으신가요?"


Luthien, La Noir.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