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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리뷰

[영화리뷰]'조선명탐정 시사회', 장르를 넘나드는 탐정극







1월 17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시사회가 열렸다. 김석윤감독과 명탐정 김진 역할을 맡은 김명민, 고혹적인 여자 대상 한객주 역의 한지민, 김진의 파트너이자 개장수 역의 오달수가 무대인사를 가졌다. 예고편에서 엿보였던 대작영화의 조짐때문에 살짝 흥분된 분위기에서 시사회가 이루어졌다.


이하 이번 영화의 느낌을 정리해 보겠다. 스포일러처럼 보이는 표현이 존재할 수 있지만 영화를 즐기는 것과는 최대한 상관 없도록 했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감상팁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영화가 표방하는 극의 장르는 탐정극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는 적어도 탐정극이라고만 말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탐정극이라 부르기에 모자랐거나, 혹은 뛰어나서 장르를 벗어났다.

탐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미스테리 장르에 속한다. 사건의 배후을 밝혀내는것이 목적이며 밝혀진 이후에는 영화가 종결된다. 그러나 조선명탐정에서는 범인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대충 알만한 범인을 잡는 데 집중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범인의 신상이 베일에 쌓여 있지만 영화가 중반으로 지나면서 대충 윤곽이 드러나고 어느 시점을 지나면 아예 대놓고 범인이 드러난다. 탐정 영화에서 끝까지 비밀이어야 할 범인의 윤곽이 너무 빨리 드러난 것은 어쩌면 감독의 미숙함이었고 어쩌면 감독의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건 이후 영화의 방향은 범인을 알아내는 것만이 목적인 '미스테리'가 아니라 '스릴러'에 가깝게 맞춰졌다. 범인을 알건 모르건 그 흥미진진한 두뇌싸움에 초점을 둠으로써 범인에 상관없이 영화를 즐기도록 했다.

스릴러를 위해서 반드시 미스테리를 포기해야 됐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탐정 극'이라는 형식적 장르에서 탈피했다는 점은 맞는 듯하다. 애매한 장르의 영화였지만 다양한 장르를 아울러 다양한 관객의 취향을 만족시키게 되었다.






영화 막판에 빵하고 터져 관객을 압도해야 할 극적 반전이 몇 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선이 너무 빈번하거나 강렬했다는 것이 문제였던 듯하다. 배우에게는 깜짝 놀랄 사건이겠지만 관객에게는 예상했던 일의 확인에 불과한 반전이었다. 






사건 해결을 머리보다는 몸으로 해결하는 주인공은 또 모르지만 탐정은 기본적으로 사건의 가닥을 '머리'를 이용해 잡는다. 이야기가 복잡하면 복잡할 수록, 탐정의 사고 회로는 복잡해진다. 이 과정을 관객에게 지루하지 않게 보여주기란 어렵다. 조선 명탐정에서는 이런 부분을 최대한 빠르게 보내고 범인의 검거 과정에 집중하기 영화 사이사이 독백이나 대사를 빠르게 흘려보낸다.

차선책이었지만 이 역시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고 보여진다. 중요한 내용이 미처 생각할 시간도 없이 지나간다. 긴박하게 사건이 전개되던 터라 말소리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흐름을 놓치기 쉬웠다.






스토리는 탄탄한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크게 문제가 된다고 할 부분은 없었다. 전개 방식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나쁘지 않았으나 중간중간 '군더더기'라고 할 법한 요소가 잦았다. 깔끔하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간혹 맥락 없이 튀어나오는 내용이나 비약적이었거나 비현실적인 몇몇 요소들은 한껏 긴장하고 있던 관객들을 맥빠지게 만들었다. 영화에서의 비현실적인 요소는 컨셉이거니 하고 이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몰입도와 영화의 질을 저해한다고 판달될 정도라면 아쉬웠다고 표현할 수밖에는 없다.






탐정 김진은 일을 벌이기는 기가 막히게 잘 해 놓는다. 이왕이면 수습도 혼자 힘으로 하는 것이 좋았는데 마무리는 거의 전적으로 정조에게 의지한다. 왕의 역할이 단순한 지시나 완료된 사건의 종지부를 찍는 범위를 벗어났다.

뒷수습을 왕에게 맡기고 김진은 왕만 믿고 나댄다. 탐정이 아니라 마마보이로 보인다. 너무 든든한 백을 가지고 있다. 끝나기 전까지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반 탐정 영화라면 탐정은 범인을 밝히는 데에만 주력하고 뒷수습은 다른 곳에 맡겨도 된다. 하지만 조선 명탐정은 영화 중반쯤 되면 관객은 이미 범인을 짐작하게 되고 후반쯤 되면 거의 확신이 선다. 탐정의 수사가 종결되기도 전에 범인은 밝혀지고, 그 범인을 최종적으로 잡는 것이 탐정이 아니라면 탐정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굳이 그런 식으로 '백 있으면 죽을 놈도 살고, 백 없으면 살 놈도 죽는다.'라는 교훈을 줘야 됐나 싶다.






무엇보다도 기대됐던 코미디는 '올드미스다이어리'의 김석윤 감독답게 충분히 재미있게 연출되었다. 시트콤에서 흔히 볼 법한 것이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재미는 있었으니 상관없다.

희극성이 극의 진지함을 깨뜨려 몰입을 방해하는 점은 염려했던 것이었다. 영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극 초반에는 가벼운 분위기를, 후반에는 웃음의 빈도를 줄여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가끔 긴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어 몰입을 방해하곤 했던 점이 몇몇 있었다.





개봉 시기나 예고편 등으로 보아 설 연휴를 노린 영화임에 분명하다. 코미디가 섞였지만 그래봐야 범죄 수사물인 이런 영화를 좋은 날 편한 마음으로 관객이 보다 가기에는 조금 찝찝하다. 그런 점을 무마하기 위해 감동적인 이야기가 들어갔다.

영화가 약간의 사회성을 띈 것이 그것을 나타낸다. 배경에는 조선시대 사회의 계급 구조에 대한 부조리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스토리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이것을 이용해 '조선시대 노비들의 자유와 평등에의 갈망'을 보여주며 관객의 심금을 울리려고 했지만 사실 감동을 주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여진다.

우리가 조선시대의 사람들이었다면 충분히 공감했을 수도 있겠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았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도록 내용이 현대 사회에 맞게 조절되었거나, 관객을 그들의 상황에 좀 더 몰입시킬 필요가 있는데 영화는 탐정 김진의 수사과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관객을 몰입시키지도 못했고 배경은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했기 때문에 충분히 현실에 맞게 조절되지도 못해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엔딩에서 훈훈하고 깔끔한 마무리를 돕는 데는 일조했다. 







영화의 감초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되던 오달수보다는 김명민의 코믹변신이 더 부각된 느낌이다. 중후한 목소리마저 개그 소재로 이용하며 진지함과 코믹을 넘나드는 연기는 원래부터 그의 주특기였던 것처럼 어울렸다. 

한지민의 연기는 무난했지만 팜므파탈에 가까운 이미지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이 극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크게 좌우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수사에 혼선을 조금 주는 역할이 그녀 존재의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팜므파탈이었는지도 미지수다. 절세미인을 흉내내려 했지만 부족했다. 한지민의 이미지는 너무 고정되어있어서 어떤 화장으로도 절세미녀는 될 수가 없는 듯하다.






화면은 확실히 '공 좀 들였다'싶을 정도로는 느껴졌다. 감탄할 만한 특수효과 없이도 손에 힘을 불끈 쥐게 하는 현란한 카메라워킹이 돋보였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됐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철저한 고증으로 사실에 기반된 화면 구성은 자칫 구질구질하게 보일 수 있었으나 대상 한객주의 집을 배경으로 하면서 조선시대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 영상이 교차되어 상반된 이미지를 줌으로써 화면 구성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후속 편은 반응에 따라 나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되지만 이번 편의 반응이 좋지 못하다고 해서 그것이 후속편이 나오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본다. 허당 탐정 김진이 아직은 충분한 프랜차이즈 탐정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조선시대 명탐정이라는 소재는 생각보다 참신했고 만들기에 따라서 충분한 성공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번 영화인 '조선 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오랜만에 보게 된 대작 느낌의 영화였다. 물론 대작 '느낌'에 비해서 실제 작품은 2% 아쉬웠지만 장르와 스토리, 기법과 영상 중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았으면서도 모든 부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액션과 코미디, 미스터리, 스릴러, 휴먼드라마적 요소를 적절한 적절한 배합으로 조합해 특정 취향에 편향되지 않았다. 가족끼리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written by the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