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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신작소개

[신작 소개]'신 지식인', 한국적 슬랩스틱을 보여줘!



한국 취업 신문 협력 기사
(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46)






심형래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니까 또 새록새록 'D-war'가 생각 난다. 요즘같아선 초등학생도 좋아하지 않을 영화지만 애국심 마케팅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선 꽤 흥행했었다.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제작비 본전을 뽑았을 것이다. 20세기의 촌스러운 연출 방식에 헐거운 시나리오까지. 당시 거의 유일하게 바른 말을 했던 진중권은 '열나게' 까였다. 이후 심형래의 애국심 마케팅이 약빨을 다 하자 진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오히려 격상되었다.


2000년도가 되고 새로은 세기를 맞은 한국인에게 유행했던 단어 '신 지식인'.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역량을 가진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심형래에게 붙는 수식어 역시 '신 지식인', 그 때까지만 해도 그는 우리보다는 한 발 앞선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가 앞서나가 있었는가? 글쎄, 심형래의 경우는 확언하기 좀 애매하다.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인데 둘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그는 영화 '용가리', '디워'를 만들었다. 이는 당시 한국의 영화 제작 수준을 고려하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다섯 발짝은 앞서 나간 기술과 자본이 필요했다. 그는 그것을 이뤄냈지만 반쪽짜리 성공이었다. 헐리우드 영화는 기술력뿐 아닌 형식과 내용 면에서도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심형래의 용가리나 디워는 기술만 그에 근접했을 뿐 내용은 '아기공룡 쭈쭈'때보다도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신 지식인' 타이틀을 걸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반토막인 기술력만 비슷하게 모방했을 뿐이었다.

심형래가 더 이상 신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자 슬슬 사람들은 그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인으로서 그런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것은 충분히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제 돈 낭비 그만하고 다른 일 하지?'

세계의 영화 시장은 이미 발전했고, 그의 구식 액션에 '우와~'하던 후진 한국인은 이제 없다.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 심형래는 SF감독으로서 수명이 다한 것이다.







2010년 12월 30일. 심형래는 감독으로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 근본없는 실력으로 남의 것 배끼는 것을 포기한 대신 그가 가장 잘 하는 일을 선택한 것이다.

심형래는 누가 뭐래도 코미디언이다. 그냥 코미디언도 아니고 '특출난' 코미디언. 슬랩스틱의 대가 심형래, 그가 가장 잘 소화하는 캐릭터와 스토리로 돌아왔다.


새 영화 '라스트 갓 파더'는 2010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최고의 기대작이다. 마피아 조직 보스의 숨겨진 아들인 '영구'가 그 주인공. 뉴욕에서 벌이는 모험과 활약상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이미 공개된 예고편만으로도 '미스터 빈'을 능가하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의 슬랩스틱은 누군가를 따라한 것이 아니다. 슬랩스틱 단어 자체는 외국에서 수입해 왔지만 심형래의 것은 근본부터가 다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전통의 민속극에서 찾을 수 있는 그것이다. 한국인만의 정서가 담겨있다는 뜻이다. 서양의 누구도 먼저 시도하지 못한 우리만의 정서, 적마저 포용하는 인간애와 바보스러울 정도로 낙관적인 심성, 그리고 신명. 이것이 세계인의 입맛에도 맞을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왠지 이번에는 기대가 간다. 이제야 돌아온 '신 지식인'을 다시 한 번 믿어 본다.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