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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칼럼

[인터뷰]편견은 그만, 판타지 소설 '룬의아이들' 동호회를 찾다.

한국 취업신문 협력 기사(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30)




삶이 여유로워짐에 따라 여가 활동의 수단은 다채로워졌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비슷한 취미활동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온라인으로 동호회를 만드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이번 기사에서 알아볼 온라인 동호회 역시 특정 취미 생활을 중심으로 발생된 동호회이다. 판타지 소설 동호회 '룬의 아이들 팬 카페'에 대해 알아보자.






'룬의 아이들 팬 카페'는 2001년 탄생한 온라인 동호회이다. 햇수로는 현재 10년이 다 돼 가고 회원 수는 15,000명을 넘는 중견 동호회다. 팬클럽을 겸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의 친목 도모가 목적인 커뮤니케이션 동호회이다.

회원들은 카페 내 게시판 또는 빈번히 열리는 채팅 방에서의 모임 등을 통하여 서로 조금씩 안면(?)을 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간간히 열리는 오프라인 모임 등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더 깊게 알게 된다. 온라인 모임의 특성 상 모두가 공동의 화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게 이루어 진다. 동호회 내에 따로 오프라인 모임을 전담하는 운영자가 있어 수시로 정모나 번개 등의 모임을 주최하고 서로 친한 회원이나 같은 지역에 사는 회원끼리는 따로 커뮤니티를 구성해 만나기도 한다.

'황혼의 검신'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회원은 '오프라인 모임이 활성화 돼 서로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게 되는 온라인 동호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회원 간에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어 좋다.'며 오프라인 모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순한 친목 도모 모임 외에도 '룬의 아이들 팬 카페'라는 동호회의 특성을 간직한 모임도 존재한다. 1년에 한 번 꼴로 개최되는 '룬의 아이들 온리전'의 경우는 룬의 아이들과 관련된 팬시 물품이나 2차 창작물 등을 전시․판매하고, '서울 코믹월드'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 행사로 팬들끼리 창작물을 만들고 판매하거나 좋아하는 캐릭터의 코스프레, 회지 발간 등을 한다.






오프라인 모임이 잦다고는 해도 기반은 온라인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은 면 대 면이 아니다. 게다가 소통도 다 대 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간혹 생기는 회원 간의 마찰은 피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어떤 단체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발생하는 것이고 특히 온라인 동호회와는 떼 놓기 힘든 문제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도 과거 갈등이 생긴 적이 몇 번 있었다. 대부분은 '매너'와 관련된 싸움이거나 서로 친한 무리와 그렇지 않은 무리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자잘하게 싸우고 마는 다툼부터 동호회의 폐지를 논할 만할 격렬한 싸움도 있었다.

갈등이 단순한 다툼에서 종결됐다면 불필요한 시간 낭비였을 것이다. 그러나 룬의 아이들 팬 카페에서는 갈등을 동호회 재정비를 위한 좋은 기회로 이용해 왔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라고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건 당사자와 동호회의 모든 활동 인원이 총력으로 대화합을 의논해 왔던 것이다. 동호회에 대한 회원들의 사랑과 열정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룬의 아이들 팬 카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갈등과 또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기에 현재의 모습에 이를 수 있었다.






판타지 소설 동호회가 으레 그렇듯 이 곳의 경우도 주 연령층은 10대, 즉 학생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학생이 쓸데없는 짓만 한다는 주위의 우려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동호회 회원의 생각은 오히려 반대다. '옌자민' 닉네임을 쓰는 성인 회원은 '어린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에 열정을 가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공부만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며 동호회 활동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물론 조절을 못해 심하게 빠져 본인의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동호회뿐 아니라 다른 어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판타지 소설 동호회인 룬의 아이들 팬 카페같은 경우 부작용이래봐야 책을 '너무' 많이 읽는다거나 하는 수준 정도? 게임이나 만화 등 다른 취미 생활에 비해 자기계발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많아 훨씬 건전하다.

동호회 운영도 대부분 학생 회원이 맡는다. 운영이 미숙하다는 등의 단점도 있지만 그들의 조직 운영과 사회 생활 경험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10년에 가까운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의 역사와 체계도 갖추었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청소년은 평소 불성실한 언행을 보일 것 같다는 기성 세대의 숙덕거림도 그 효력을 아주 잃었다. 카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는 음담패설, 폭력적 언행, 무분별한 맞춤법 파괴 등을 규제하고자 나섰고 현재는 어디 내놔도 당당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많은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20년 넘게 책을 한 번도 읽지 않았던 사람이 책을 좋아하게 되거나, 소심한 성격의 사람이 사교적으로 변하고, 청소년에 부정적 시선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등 훈훈한 이야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판타지' 그 자체를 차가운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동호회의 모 회원은 '판타지 장르 속에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같은 세계적인 작품도 존재한다. 국내 판타지의 수준이 떨어지는 상황 때문에 편견이 생겼지만 좋은 판타지 소설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판타지 소설을 장려할 때 우리나라도 제 2의 해리포터나 제 2의 반지의 제왕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며 판타지 장르의 가능성을 긍정할 것을 호소했고, 또 다른 회원은 '사람은 각자 다른 취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싫어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싫어 할 수도 있다. 특정 취미생활을 가지는 것은 각자의 행동양식과 생활방향의 차이일 뿐이다. 이런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다원화 시대의 기본이다.'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것을 당부 했다.






'룬의 아이들 팬 카페'는 판타지 소설 '룬의 아이들'을 좋아하는 신 세대가 만든 온라인 동호회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판타지나 온라인 동호회에 대한 기성세대의 우려를 결국은 종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아무 문제 없다가도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러면 너희들이 그렇지'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자. 분명한 것은 그 누구의 생각보다도 거대하고 무한한 잠재력이 그 곳에서 잠자고 있다는 것이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시키고 장점을 발전시킨다면 언젠가 모두에게 인정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취재 협조: 룬의 아이들 팬카페 '☆★룬의아이들★☆'(
http://cafe.daum.net/onekids)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