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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칼럼

[칼럼]단편 영화가 재미없다고? 모르는 소리!



한국 취업 신문 협력 기사
(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39)




단편 영화는 영화 장르 내에서도 호불호가 엄격하게 나눠진다. 소수 매니아 층을 제외하면 일반 대중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힘든 단편 영화를 싫어한다. 30분도 안 되는 상영 시간동안 '왜 이런 걸 보나 몰라..집에가서 게임이나 하지' 하며 궁시렁댄다.


그러나 이렇게 단편 영화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당신은 아직 단편 영화의 진짜 매력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 이제부터 단편 영화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나가면서 진짜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 보자.


 




단편 영화는 소수 매니아만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스스로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편영화를 보지 않으려 애쓰며 심지어는 배척한다.


이런 '매니아'와 대비되며 사용되는 말로 '대중'이 있다. 남들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말 그대로 '비슷'할 뿐이다. 우리는 눈이 두개고 코가 하나며 입이 하나인 점이 같아서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그 성격은 모두가 다르다. 어떤 사람이라도 다른 누군가와 같은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유년기, 다른 사춘기를 지나 다른 사람으로 자라났다. '대중'은 그 비슷한 다른 사람을 대충 뭉뚱그려서 지칭하는 말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중'을 마치 '정상인'과 동의어인 양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데 거부감을 느끼는 우리 민족 정서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대중'이라는 사실에 자부심까지 느끼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매니아, 또는 비하하여 '사이코' 등으로 부르곤 한다.


대중 영화는 그런 대중을 위해 만들어지며 스스로를 대중의 구성원이라 생각하는 사람 대중 영화를 본다. 그러나 대중영화는 대중 전체를 위한 영화이지 그 구성원 개인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서로 조금씩 다른 사람들의 평균에 해당하는 가상의 관객을 설정하고 그를 위해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최대다수의 최대만족'을 위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결국 누구 하나도 완전하게 만족시키지 못한다.


반면 단편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감독 자신의 생각대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대중의 취향에 맞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에게 딱 맞는 영화가 될 수 있다. 그는 '아,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구나.' 하며 대중 영화보다 훨씬 진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 또 그렇지 않다 해도 상관없다. 뭐 어떤가.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면 된다.


그래서 단편영화는 소수 매니아를 위한 영화가 아니다. '모든 개인'을 위한 영화이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건 사이코패스이건 간에 모든 개인을 위해 만들어 졌다. 대중은 단편영화를 배척할 이유가 없다.


 




'단편영화=재미없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들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분명 그들의 기준으로 단편영화는 재미없다.


어느 정도의 편견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단편영화가 아마추어가 만드는 조잡한 영화일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훌륭한 감독은 대부분 장편 영화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견을 버리자. 이제부터 유명해질 단편 영화 감독도 많다. 대부분의 영화 감독은 단편 영화부터 시작한다.


물론 편견을 극복한다고 갑자기 단편영화가 재밌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담 이번에는 영화를 보는 기준을 바꿔 보자. 매일 장편영화, 그것도 상업영화만 보던 눈으로는 당연히 단편 영화가 재미없지만, 아예 영화를 보는 기준을 바꾸면 충분히 단편영화도 재밌어진다.


대구 단편영화제 김창완 사무국장은 "그 동안 관객들은 획일화된 단순한 시각으로 말초적 영화만 봐 왔다. 그것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단편 영화를 볼 때만은 그런 시각을 버려야 한다."며 새로운 기준으로 단편 영화를 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단편영화는 주로 인간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지 않는다.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시각으로 보아선 재미있는 영화도 재미없어진다.


본인이 원하는 재미만 추구하려 하지 말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려 노력해 보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간혹 단편영화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 때도 있다. 그것은 영화가 너무나 솔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텔레비전에서 상위 1%인 원빈을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거울을 보았을 때의 느낌. 그러나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것이 더 정감가는 것이고 우리에게 가까운 것이다.


지금까지의 영화는 당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현실을 미화했다. 그러나 단편영화는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곤 한다. 때로는 그것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 전까지는 몰랐던 진실된 모습을 찾는 재미는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단편 영화는 장편영화처럼 여러 내러티브를 보여줄 수 없어서 관객에게 큰 임팩트를 줄 수가 없다. 대신 작은 '생각'의 단편에 모든 포커스를 맞춘다. 관객은 장편영화를 볼 때처럼 영화의 갈등과 해결방식, 스케일 등을 볼 것이 아니라 메시지와 전달 방식 등 감독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보아야 한다. 


그 밖에 새로운 기법이나 연출, 시도 등에 주의해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배우의 연기를 볼 수도 있다. 신인 감독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 단편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어쩌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항상 바쁘게 살아온 사람이 슬로우 푸드를 찾고, 명상과 요가로 여가생활을 보내듯 언제나 보던 영화만 보는 것만 즐거운 일은 아니다. 처음 단편영화와 접촉하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마음의 족쇄를 풀고 단편영화를 보라. 오후보다는 감성적으로 변하는 새벽이 좋을 것이다. 새벽 라디오를 듣듯 단편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단편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 것이다.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