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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칼럼

[칼럼]영화 속 아름다운 사랑은 이런 것!

한국 취업 신문 협력 기사(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8)










사랑이랑 우리와 굉장히 친숙한 개념이다. 누구나 한 번쯤, 태어날 때부터 솔로였다고 할지라도 짝사랑정도는 한 번씩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직접 겪은 사랑 뿐 아니라 티브이나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참 다양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뱀파이어의 사랑이나, 적대 가문과의 사랑, 슈퍼히어로와의 사랑 등…….

그러나 영화를 통해 보는 사랑은 실제의 사랑과는 많이 다르다. 영화는 실제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 즉,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에 있어서도 대중은 평범한 사랑을 영화에서까지 보고싶어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특별한 사랑'을 보고싶어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평범한 이야기일지라도 영화에서는 특유의 기법을 이용해 사랑의 아름다운 속성을 부각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을 감춘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게 되는 사랑은 특별한 과정을 거쳐 정제된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도대체 아름다운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면 아름답지 않은 사랑도 있다는 뜻일까?

아름답지 않은 사랑이라는 말은 모순에 가깝다.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 어떤 특정한 사랑을 직면할 때에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대중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은 존재함이 틀림없다.

그 기준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아름다움'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의 주관적이고 추상적이고 애매한 단어의 정의를 명확하게 해 낸 다음 또 그 둘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어떤 새로운 정의를 창조해야 하는데 그것은 짧은 생각으로 이런 곳에 써갈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아름다운 사랑'을 정의내리는 대신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의 모습 중 대중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부분을 추려내서 분류하는 것으로 우리가 공감할 만한 아름다운 사랑의 요건을 제시하겠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요건은 영화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밖에 있기도 한다. 때문에 영화 내부의 이야기에 관한 '시나리오 측면'과, 그 외부적 요소인 '시나리오 외적 측면'으로 나누어 서술하겠다.

이 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화를 표본으로 하고, 모든 사람의 정서를 대상으로 삼으면 '대중'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혀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판단 근거는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에 두도록 하고 영화 장르는 제한을 두지 않겠지만 필자의 경험과 판단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주로 한국에서 유행한 것, 대중의 욕구가 잘 반영된 상업영화, 그 중에서도 멜로드라마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







1.  희생적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희생은 그 자체가 사랑의 깊이를 말해주고 때로는 그 자체로 신성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프 온리(2004)'에서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곧 닥칠 죽음을 먼저 알고 그녀 대신 죽는 장면은 '희생'의 대표격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이 희생은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연인과 함께 보아선 안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2. 소소한 연애의 즐거움


희생과 같은 거창한 모습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모습, 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전의 모습이나 데이트 장면 등 주인공들의 소소한 연애를 재미있게 그려내는 것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보일 수 있다. '어린 신부(2004)' 는 성인 남편과 고등학생 아내의 결혼 생활을 그려낸 영화이다. 나이 차가 큰 사랑은 자칫 불건전하게 보여질 수 있으나 그들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마트에서 같이 장을 보고 노래방에 가는 등의 아기자기한 모습은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하며 관객이 이들의 사랑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3. 어설픈 사랑


사람들은 보통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거나 열등한 사람에게 연민을 느낀다. 사랑을 하는 데 있어 열등하다는 것은 사람을 대함이 어설퍼 사랑에 서툰 것을 의미하는데, '사랑 경험이 적고 서툴다' => '때묻지 않았고 자신과 가깝다' 는 인식 과정을 거쳐 관객은 심적 공감과 함께 그 사랑을 아름답다고 판단한다.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은 계층의 사랑은 왠지 순수해 보이지 않고 괜히 속임수가 있다고 여겨 충분한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반면 평범하거나 약간 부족해 보이는 캐릭터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과 비슷하거나 그나마 자신이 조금 더 낫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 더 쉽게 심적 동의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파리의 연인(2004, 드라마)'에서처럼 강태영(김정은 분)같이 때로는 멍청하고 무식해 보이는 여주인공의 행각을 보면서 관객은 때묻지 않은 그녀의 사랑에 빠져든다. 또 프로페셔널한 사랑을 하는 '작업의 정석(2005)'보다 '색즉시공(2002)'의 눈치없고 미련한 은식(임창정 분)의 서툴지만 진심어린 사랑에 관객들은 더 애정을 느낀다.


4. 변화의 원동력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영화에서 사랑이 인물을 조금씩 변화시키곤 하는 그것이다. 변화는 유형에 따라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기도 하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주로 상대 역의 성격이다. 악녀, 팜므파탈 등의 여성을 만나는 남자는 파멸의 지름길로 쉽게 걸어가 나쁜 사랑의 끝을 맛본다. 변화에는 인물의 행동과 함께 마음의 안정이나 위로도 포함된다.

상황에 따라 변화 역시 일종의 희생으로 볼 수도 있다. 아무것도 버리지 않지만 긍정적인 어떤 변화를 유발한다면 단순한 변화지만 상대를 위해서 자신의 것을 버리는 종류의 변화라면 희생이 될 수 있다. 후자가 '감동'이라는 면에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 '약속(1998)'에서 조폭인 공상두(박신양 분)가 희주(전도연 분)를 위해 담배를 끊고, 조직 생활을 청산하는 것이 이런 경우다.

사랑이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사랑이 가진 무한한 힘을 긍정하는 것이다. '제 5원소(1997)'에서는 사랑에 의한 변화가 결말에 아주 중요하게 드러나는 것으로써 사랑이 이끄는 변화를 신성시하기도 한다.


5. 애틋한 사랑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랑일수록 절박한 마음을 담아 더욱더 강렬하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 행복하기만 한 사랑보다는 슬픔과 난관을 담아내어 관객에게 절절한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함으로써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내는 것은 멜로 영화의 진부하지만 주된 방식이다. '편지(1997)'에서는 이미 죽은 남편의 혼자 남게 될 아내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에서 여자친구 아키(나가사와 마사미 분)의 죽음을 전제한 남자친구 사쿠(모리야마 미라이 분)와의 여행은 불치병 모티브의 전형으로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폭파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몇년 전까지 불치병 모티브가 약방의 감초처럼 쓰였지만 너무 자주 쓰여 식상하다는 여론에 의해 최근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치병을 능가할 만한 폭발적 소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아 일정 시기 후에 또 유행할 것이라 추측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은 불치병의 변형태인 '사형'소재를 사용해 진부한 신파극에의 비난을 조금은 덜었다.


6. 벽을 넘어서


사랑의 힘으로 벽을 넘는 것은 위의 ‘4. 변화의 원동력’처럼 사랑의 무한한 힘을 긍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 또 장애를 극복한 사랑은 '감동'의 힘까지 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은 극대화 된다. '남남북녀(2003)'에서는 한국인에게 가장 큰 벽인 38선을 넘는 사랑을 이루었다. 때문에 위대하신 인민의 령도자께서 직접 연애를 축하해주는 해피엔딩을 이루었고, '번지점프를 하다(2000)'에서는 사회적 인식의 벽은 끝내 넘지 못했으나 동반자살을 통해 사랑이 완결되는 것으로 동성연애의 금기를 넘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






7. 정상적인 사랑


내용 구성과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음에도 그들의 사랑에 공감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주인공이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랑을 할 때 대중은 배우와 자신 사이에 괴리감을 느껴 주인공의 사랑을 배척하거나 심지어는 혐오한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와 '박쥐(2009)'는 매우 잘 짜여진 구성에 연기도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코의 사랑, 흡혈귀의 사랑이라는 괴상한 소재 때문에 관객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 경우다.









1. 참신한 소재 

사랑이라도 보통사람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나 기존에 자주 쓰여 식상해진 사랑 이야기는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어 아름다움을 느낄 새도 없다.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사랑을 하는 경우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집중을 시키기에 훨씬 유리하다. 영화 어린신부의 성공요인에도 이같은 참신한 소재가 있었다.


2. 대중을 배려
 

특정 주제는 영화화될 때 대중의 사고방식과 괴리가 생겨 관객에게 심리적 불쾌감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대중을 배려해서 소재나 주제는 유지하되 대중의 사고와 마찰이 생기는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는 편이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2009)'는 지금의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동성애 코드를 다루지만 손지현(이나영 분)이 트렌스젠더가 됨으로 관객의 정서적 불편함을 덜 수 있었다.

이 때 소재와 주제의 불균형이 발생해 영화 구성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수도 있다.




3. 안구정화

대중들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제작자는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관객의 정서를 순화시켜 사랑을 아름답게 보일 수 있게 한다. 특히 주연배우가 선남선녀 커플이라면 관객은 배우에게 반해버려 자연스레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여기게 된다. '중천(2006)'의 경우 영화의 흥행이나 전체적인 평이 좋지 않았지만, 퇴마무사 이곽(정우성 분)과 소화(김태희 분)의 사랑은 누구나 아름답게 느낀다. 그 이유는 배경의 이미지가 환상적이었던 것과 주인공이 선남선녀였던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도 구성은 평범했으나 한국 영화사에 다시 나오기 힘들 비주얼로 관객이 그들에게 한 눈에 반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나탈리(2010)'같은 멜로영화도 3D로 제작됨으로써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의 영상의 중요성이 더 없이 강조되고 있다.



4. 연기력


아무리 아름다운 이야기라도 그것이 배우의 연기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관객에게서 충분한 감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앞서 배우들의 외모가 중요하다고 했으나 기본적으로 연기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관객은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해 사랑을 아름답게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스타 캐스팅 또는 스타 파워라는 말도 배우의 외모보다는 검증된 연기력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5. 고막 정화(?)

청각도 시각처럼 종종 머리를 속인다. 아름다운 음악이 관객의 마음을 감동시킨 것을 인물들의 사랑이 그들을 감동시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딱히 볼 거리가 없었던 영화 '접속(1997)'의 경우는 배경음악인 A lover's concerto와 pale blue eyes가 없었어도 그만큼 흥행했을지 의문이다.












영화에 나오는 사랑들 중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요소들을 모아 분류해 보았다. 시나리오 내적 측면에서는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야기의 소재, 구성 등을 중심으로 서술했고 시나리오 외적 측면에서는 이야기 밖에서 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조해주는 소재를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는 아니지만 필자 또한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나름 머리를 싸매어 얻은 결과인 만큼 완전히 공감하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사랑은 없다. 심지어는 살인마나 사이코패스의 사랑이라도 어떤 부분에 초첨을 두고 보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 영화 속 사랑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실제로 그 사랑의 가치가 뛰어나서가 아니다. 영화가 관객이 좋아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영화와 다른 현실에 스스로의 사랑을 비관할 게 아니라 내 사랑의 아름다운 면을 보려 노력한다면, 우리는 좀 더 영화같은 사랑을 하게 되지 않을까?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