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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칼럼

[칼럼]대박 '아이유', 그래도 갈 길은 멀다.






아이유
2008년 하반기 쯤, 아이유가 데뷔했던 기억이 난다. 16살의 나이만큼 시작은 소박했다. 소속사 차원의 밀어주기도 없었고 방송활동도 많지 않았다. 난해한 뮤직비디오에 앨범, 팬 클럽만 하나씩 덜렁 가지고 그렇게 가수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일종의 마케팅이 아니었나싶다. 소속사는 아이유가 '당연히' 성공할 것을 알았고 아이유를 드라마틱하게 자수성가하는 실력파 가수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야 소속사 덕분에 성공했다거나하는 뒷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광고를 전혀 하지 않을 순 없었을 것이다. 앨범을 냈는데 반응이 별로라 속이 탔던 것일까? 아니라면, 더 훌륭한 홍보방법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아이유가 데뷔한 2008년은 필자가 티스토리에서 음악 블로그 '로맨틱아티스트™'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그 때의 일은 지난 달의 이야기처럼 생생하다.

(이런 이야기 함부로 해도 되나...싶지만 이제는 괜찮을 것 같다.) 어느 날 포스팅을 확인하고 있는데 비밀댓글이 하나 달렸다. 신인가수 아이유의 사인 시디를 줄테니 포스팅을 좀 해 달라는 글이었다. 블로그 활동을 남 좋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이런 시시한 가수 홍보같은 거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

'16살에 얼굴도 예쁘고 실력이 좋다고? 그러면 누구는 못생기고 실력이 없어서 16살에 가수하나? '

비꼬면서도 '아, 내 블로그가 유명해지니 이런 것도 생기는구나' 뿌듯해하며 첨부된 링크를 한 번 클릭해 보았다.

아이유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

아이유
아이유 사인 시디를 선물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도 굳이 다음날 레코드 점에서 앨범을 샀다. 늦어도 삼일이면 받아볼 수 있는데 이틀이 아까웠다. 또 이런 건 돈 주고 사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유 1집 앨범은 지금도 2장이다.

그래놓고도 그때 쓴 포스트는 썩 칭찬은 아니었다. 반은 칭찬이었지만 반은 혹평에 가까웠다. 최고의 명반들과 비교했을 때 많은 부분이 어설펐고 불완전하다는 느낌을 확연하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비교기준 자체가 최고의 가수의 최고의 앨범이었다는 뜻은 그 때의 혹평이 혹평이 아님을 의미한다. 애정과 아쉬움의 표현, 발전을 위한 채찍질이 되었으면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이유에 대한 블로그 글은 내가 첫 번재니까 아이유도 틀림없이 이걸 보겠지?'하고 생각했던가?

그러나 이제 데뷔한 중3짜리 아이유에게 들이댄 기준 치곤 너무 빡빡했다. 지금도 가끔 '혹시 그게 기분이 나빴을까?' 생각하면 만난 적도 없는 아이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또 내 탓인지 댓글이 썩 가수에게 힘이 될만한 것이 아니어서 내가 괜시리 피해를 준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의도 아니었는데. 요즘 바쁘겠지만 아이유가 갑자기 인터넷을 켜 기적적이고 우연하게 이 글을 본다면 이번 계기를 빌어 필자의 미안한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 뒤로 2년, 이제 3년 차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뎠지만 아무렴 어떤가! 드디어 대박이다. 이런 가수가 실력발휘도 못하고 아이돌 더미에 깔려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한 것이 남사스럽다.

거기다가 갑작스레 인기를 탄 것도 아니라 '미아', '있잖아', 'Boo', '마쉬멜로우', '잔소리', '좋은 날' 까지 한국 가요계를 바닥부터 차근차근 쓸었다. 점점 좋은 입소문을 탔고, 이제는 거의 톱가수 반열에 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유도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다. 아이유가 '3단 고음' 좀 한다고 '우왕ㅋ굿'할 그릇밖에 안 됐으면 진작에 그랬을 것이다. 아직 그녀는 최고의 음악인이 되지 못했고 최고의 앨범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도 적당히 박수치고 앞으로 더 발전하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면 될 텐데 굳이 쓴소리를 하는 이유는 아이유 자신도 깨닫지 못한 막중한 책임도 그 어깨 위에 있기 때문이다. '힙통령'이나 '락통령'같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쏙 들어가게 할 그런 책임이다. 바로 한국 대중가요의 부흥이다.

대중가요 어쩌고 하면서 말은 다들 쉽게 하지만 실제로 한국의 대중가요를 부흥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대안이 하나 있다면 필자는 그것이 아이유라고 본다.

아이유


아이돌 위주, 트렌드 위주, 빠른 비트 일색에서 벗어나 진정한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하고 실력으로 뮤지션이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일단은! 그렇게 성공한 '모범 케이스'가 필요하다.

적당한 성공으로는 안 된다. 특정 계층, 팬덤이 아니라 누구나 인정할 만한 것이어야 하고 가수가 죽으라면 죽을 시늉이라도 할 정도의 지지도는 갖춰야 한다.

왜 그런 가수가 아이유밖에 없다고 하는지 의아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유정도로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다. 아이유보다 인기 많은 가수도 많고 앨범을 많이 파는 가수도 많다. 그런데 그들은 안된다?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철지난 중견 가수다. 거부하고 싶겠지만 그들은 이미 시대를 떠나보냈다. 지난 사람들과 지나간 시대에서 추억을 되새길 뿐. 안타깝지만 과거의 존재는 현재를 지배할 파급력이 없다. 새로운 시대는 새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법.

인기 많은 가수 역시 아이유 말고도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몇을 꼽을수도 있지만 그들에게서는 아이유만큼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실력이 좋으면 얼굴이 못생기거나, 실력 좋고 예쁘면 음악이 인기가 없거나, 어두운 과거가 있거나, 그냥 비호감이거나……. 뮤지션이 음악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 또 실력따위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둘 중 하나만 만족시켜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가수들은 운 좋아야 지금이 전성기다. 인기 많을 때 쫙 빨아당겨야 하는 소모성 상품이다.

아이유
반면 아이유는 우선 새로운 시대의 사람이다. 그리고 두말 할 필요없는 실력을 지녔다. 절세미녀는 아니지만 타고난 귀염성과 통기타로 전 세대를 휘어잡았다. 이제 시동거는 느낌인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무섭게 솟구친다. 딱히 폭행이나 도박, 음주, 마약 문제만 없다면 향후 몇 년은 아이유의 시대가 될 것이다.
 
물론 그게 한국 대중음악을 발전시킨다는 말은 아니다. 이건 그 전의 과정이다.

인기가 절정에 다다르기 전까지 가수는 대중을 최대한 자신의 팬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음악과 비주얼, 춤, 연예, 뭐든 간에 보여준다. 아이유는 그럴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인기를 최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국 대중가요의 판을 뒤흔들려면 '절대적인' 팬 층은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아이유는 나이도, 정신도 성인이 된다. 진짜 음악인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누구든 진짜 음악인이 되고 나면 변화를 시도하고 아이유도 그럴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대중이 좋아하는 것만 보여줬다면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보여줘도 된다. 그래도 대중은 여전히 열광할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유의 진짜 음악을 들으면서 팬은 '이게 진정한 음악의 세계였구나!' 깨닫게 된다. 한 가수가 연예인에서 음악인으로 변하는 것에 의해 만물의 이치에 대한 오묘한 깨달음(?)을 얻은 팬은 자신의 믿음을 널리널리 전파하게 되고 그렇게 대중가요계는 변화한다.

물론 가장 드라마틱하고 좋은 형태의 희망사항을 써 본 것이다. 그러나 가수가 연륜으로 성장한다면 팬은 가수와 함께 성장한다.

앨범을 몇 백만 장을 팔고, 콘서트가 몇 초만에 매진이 되고, 상을 몇 번 받는 것보다도 몇 배는 더 값어치 있다. 가수로서 이룰 수 있는 가장 궁극의 단계다.

 몇 일 더해야 햇수로 3년 차가 되는 어린 여가수에게 너무 무리한 기대일 수 있다. 그러나 옛날보다는 쟁쟁한 경쟁자가 별로 없어 팬들의 절대적인 신임도를 쌓기가 더 쉽고,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 봤을 때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 볼 수밖에.

너무 거창한 기대를 했지만 아이유가 설사 이 글을 본다고 할 지라도 절대 부담이되거나 어깨가 무거워지거나 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어차피 이런 이야기는 개인의 의지로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박관념이나 의지를 가질 필요가 없다. 또 지금까지 해 오던 것을 계속 하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도 없다. 아이유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가수로 활동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일뿐이다. 그것이 곧 한국 대중가요의 발전이고, 필자가 아이유에게 기대를 하는 이유다.

아이유




[written by 칼럼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