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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리뷰

[영화리뷰]'시라노' 로맨스를 선택한 웰메이드 영화

한국 취업 신문 동시 게재(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92)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연애조작단'은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의 사랑을 대신 이루어준다'는 한 연애조작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어느 날 의뢰인 상용(최다니엘 분)이 미모의 여성 희중(이민정 분)과의 사랑을 이루어 달라고 연애조작단을 찾아왔다. 그런데 그 희중은 알고 보니 에이전시 대표 병훈(엄태웅 분)의 전 여자친구, 병훈은 이번 작전을 맡지 않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상용의 사랑을 도와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시라노;연애조작단은 장르 상 로맨틱코미디에 속하지만 사실 로맨스 쪽에 비중을 조금 더 둔다. 관객을 웃기는 것도 좋지만 우선 그들을 주인공의 사랑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로맨스는 지극히 평범하다. 나쁘지는 않지만 딱히 추켜세울 정도는 아니다. 로맨스의 기본 뼈대가 영화 중 언급되는 19세기 연극 '시라노 드 벨주락'에 있으니 고전적이고 평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서 고전적이란 뜻은 '진부하다'보다는 '가다듬어졌다'에 가깝다. 그러나 아무리 좋더라도 쌍팔년도 라면 또 모를까, 19세기 소녀의 감성으로 다른 누군가의 사랑에 눈물 흘릴 사람은 요즘엔 많지 않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관객은 단순한 로맨스를 위해 영화관을 찾지는 않는다.

요즘 영화가 로맨스에다 기상천외하게 엽기적인 설정이 얹어져 로맨틱코미디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요즘 대부분의 로맨틱 영화가 희극성을 띄지만 때로는 이것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해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로맨스와 코미디는 자체적인 속성이 상극이기 때문이다. 웃음과 감동을 한꺼번에 주려다 실패한 영화를 대려면 수도 없이 많다.

시라노;연애조작단 역시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영화와 달랐던 점은 소재와 스토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희극성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설정에 충분한 비현실성과 비약이 있었지만 스토리의 개연성과 관객의 몰입은 방해되지 않았다. 웃음을 강요하지 않고 소재 본연의 장난스러움이나 재치에서 자연스레 웃음을 이끌어낸 것이다. 로맨틱과 코미디의 황금 배율이라 하겠다.

아쉬운 점이라면 예고편과 포스터 등 영화 홍보가 영화의 희극성에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관객도 찾아오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영화를 그저 그런 삼류 코미디처럼 보이게 했다.

'소재가 참신했을지는 모르나 딱히 기발하지도 않았다. 이런 소재로 할 수 있는 코미디는 뻔하다. 예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아바타 소개팅'과도 다를 게 없다. 아바타 소개팅이 충분히 재미있고 일종의 남성 판타지까지 자극하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기껏 아바타 소개팅 극장판 비슷한 걸 보려고 영화 표를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건 다운받아서 보면 그만이다.' 이것이 필자가 영화의 예고편만 보고 가졌던 생각이다.






이번 영화에 참여한 출연진은 좋은 캐스팅은 몸값 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기에 충분했다. 배우의 연기력에 대해 논하는 것은 그럴 식견도, 필요도 없으므로 자제하고 서술토록 하겠다.

연애조작단 멤버부터 훑어보자면 먼저 에이전시 대표로 일과 thㅏ랑, thㅏ랑과 일 사이에서 사색하고 때로는 찌질한 옛 애인이 되는 병훈. 병훈 역에는 진지한 저음의 목소리와 평범한 얼굴을 지닌 엄태웅이 적절했다.

예쁘지만 왠지 동네 동생 같아 친근한 박신혜는 중요도는 떨어졌지만 병훈의 연애전선에 미묘한 흐름을 가져는 데 탁월했다.

극 중 이름도 철민이었던 박철민은 감초 역할로는 얼굴로만 따져도 우리나라에서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최고다.

상징적 주인공 커플이자 비주얼이 가장 중요했던 상용과 희중의 캐스팅도 훌륭했다. 우리나라에 예쁜 여자 배우는 많다. 그러나 김태희나 손예진 등 기존의 여배우는 이제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기에는 식상하다. 그에 비해 이민정은 아직 신선한 비주얼에 천사 같은 이미지로 보호본능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그녀는 극 중 병훈과 상용뿐 아니라 보는 관객의 마음마저 매료시키며 포스트 김태희로 등극했다.

최다니엘 역시 우리에게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선한 배우다. 꽃미남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외모를 지녔지만 정직한 스타일과 지적인 뿔테 안경으로 뭇 여성의 이상형이 됐다. 연애조작단에 의한 스타일 변신 전과 후의 격차가 매우 커 배역 소화에 적합했으며 특히 반 벙어리같은 어리버리한 연기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번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은 아주 독특하거나 아주 대단한 명작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겠다. 그러나 간만에 무난하게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 줬다는 데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라고 표현한다면 딱 적절하다.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