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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칼럼

[칼럼]카라 해체? 아직은 때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아이돌 그룹 카라가 민감한 소식을 전해왔다. 멤버 5인 중 3인이 현 소속사 DSP엔터테인먼트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그들은 DSP엔터테인먼트의 불합리한 수익 배분 구조와 멤버의 인권을 무시하는 무단 계약 행위 등을 이유로 밝혔다. 현재 탈퇴 멤버 측과 DSP 측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이 심해질 것이다.

카라의 소속사 DSP엔터테인먼트는 한 때는 잘 나가던 기획사였다. 하지만 카라가 데뷔하던 시점인 2007년에는 이미 한참 기울어 다른 거대 소속사 같은 재력과 영향력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카라의 데뷔 앨범은 별 인기를 얻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리드보컬인 김성희가 갑작스레 탈퇴해 큰 고비를 맞았다. 이후 힘겹게 새 멤버를 꾸려 미니 앨범을 냈지만 또다시 실패. 이미 돌이킬 방법도 없는 냉혹한 가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있는 힘을 모두 짜냈다. 이 때문에 별명이 '생계형 아이돌'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이후 미니 앨범 2집부터는 '아이돌'이라 불리기 민망하지 않을 만큼의 대중적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아이돌 그룹의 마지막이 소속사와의 불화, 갈등으로 귀착되는 것은 일종의 관례라고 할 만큼 자연스럽고 일반적이다. 보통은 정규 앨범을 4, 5장 정도 내는 시기에 그룹의 탈퇴, 또는 해체가 이뤄진다. 최근 동방신기는 그 좋은 예이다. 그들은 너무나 완벽한 아이돌의 표본이라 필자가 예전 블로그에서 해체를 확언했을 정도다.

카라는 정규 앨범 발매 수는 적지만 애초에 정규 앨범보다는 미니 앨범에 주력하던 그룹이었고, 데뷔 이후 꾸준한 활동을 이어 왔다. 싱글 없이 총 발매 앨범 수는 현재 6개, 데뷔는 2007년 초에 했으니, 이제 데뷔 4년 차로 접어드는 중견 아이돌이다.

보통 데뷔 4~5년 차 아이돌 그룹은 인기의 절정을 누린다. 절정이라는 말인즉, 이후에는 쇠퇴 국면을 맞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이 가진 이미지가 밑천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룹 해체는 이 시기에 주로 이뤄진다. 계약기간이 끝나 소속사에 버림받거나 가수가 스스로 탈퇴하고 소속사를 옮긴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소속사들은 그들의 '끝물'을 빨아먹는 것을 목적으로 '자유 계약 가수'를 주워간다.

개 중에는 솔로 데뷔 등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의 인기를 다시 찾았다는 맥락보다는 새로운 뮤지션이 탄생했고 그가 성공했다고 보는 편이 어울린다. 가수가 아이돌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뮤지션으로 새로 태어날 때 드물게 발생하는 일인 것이다. 탄탄한 실력이 기반이 됨은 물론이다. 이효리의 성공을 아이돌 시절의 인기에 기반을 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러나 이것은 데뷔 초부터 주목을 받으며 정상가도를 달려왔을 '정상적' 아이돌 그룹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카라의 경우 데뷔는 4년 차지만 미니앨범 2집으로 앨범을 내고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인 것은 거의 2009년이다. 데뷔 후 4년간 소속사와 카라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중들은 카라를 인지한 지 2년밖에 안 됐다. 데뷔 2년 차 아이돌 가수라고 생각하면 카라는 이제서야 인기의 기반을 잡아가는 단계에 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이제는 확고히 기반을 구축한 소녀시대와는 경우가 다른 것이다. 이는 소녀시대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고 카라에게는 적어도 2~3년은 더 지금보다 많은 인기를 누릴 여유가 있다. 

만약 지금 탈퇴 선언을 한 것이 소녀시대였다면 응원해 줬을지도 모른다. 이미 인기를 누릴 대로 누린 그녀들은 앞으로 대중들이 얼마나 더 그녀들에게 열광해 줄 지가 미지수다. 이대로 시들어버리느니 모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기도 누릴 대로 누렸고, 소속사와의 갈등도 참을 만큼 참았다면 더는 미련이 없다.

카라는 소속사와의 갈등은 오래 묵은 것일지 몰라도. 이대로만 있어 준다면 지금보다 더한 대중의 사랑을 받을 것임이 거의 자명하다. 그런 카라는 지금 어떤 선택을 내려야 가장 합리적일까? 지금 카라가 둘로 나뉘거나 해체된다면 결과는 어떨까?

희망적인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다. 우선 그들 다섯은 개인의 역량이 너무 부족하다. 여태껏 미모와 귀여움, 예능 감으로 먹어줬던 것도 그녀들이 아이돌 가수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냉정한 말이지만 팬들조차 여기에는 암묵적으로 동의할 정도니 그들에게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물론 카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뭐, 나중 일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유추했을 때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런 그들이 개인 활동을 하며 성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동방신기처럼 그룹을 반으로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로서로 활동을 방해하며 음해할 것은 둘째치고, 카라는 다섯 명 중 몇 명이라도 빠지면 그 공백이 너무나 커지는 그룹이다. 부족한 개인의 역량을 5명이 서로 보완해주며 존재해 온 것이다. 한 명이라도 깨지면 균형이 무너져 인기는커녕 제대로 노래를 부르기조차 힘겹다.

추가 멤버를 영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반을 잡기 전인 신생 그룹이라면 또 모를까 이미 데뷔한 지 4년이 지났다. 자리를 잡을 만큼은 잡은 그룹에 추가 멤버를 영입하는 것은 제2의 쥬얼리를 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룹의 이름은 여전히 유명하겠지만 신입 멤버는 구 멤버의 그늘에 가려서 이름조차 알려지지 못한다. 멤버 영입의 효과는 없으며 구 멤버는 신입 멤버의 앞길을 가로막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이후 구 멤버가 탈퇴해 봐야 그 그룹은 이미 앙꼬 빠진 찐빵이다. 계륵에 가깝다. 카라 다섯 명은 그룹으로 묶여 있지 않은 이상 지금보다 좋은 경우의 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그룹이다.

DSP엔터테인먼트와 탈퇴 선언 멤버들 간의 논쟁에서 누가 잘못했고 누가 잘했고의 문제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차피 서로는 서로를 비난할 것이고 진실은 당사자에게만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다만 지금 같은 싸움이 계속될 때의 결과만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가 '여론몰이'에만 주력한다면 그들 사이의 감정의 벽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고 다시는 같은 그룹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 해체하거나 소속사와 결별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절차다. 해체, 분열, 쇠락 등의 부정적인 어감을 사용하지만 발전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상황이 불만족스럽더라도 아직은 참고 버틸 때다. DSP에 모두 남든, 다 같이 옮기든, 혹은 소속사는 나뉘고 그룹 활동은 유지하든 뭐든 상관없지만 절대 그룹이 해체되어서는 안 된다. 감정적이고 앞만 내다보는 좁은 시야로 서로 물어뜯기보다는 냉철하게 진정 그들에게 이익인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