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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리뷰

[영화리뷰]쩨쩨한 로맨스, 정말 스토리가 붕붕 뜨네?



한국 취업 신문 협력 기사
(http://www.koreajo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69)








크리스마스가 기민하게 옆구리로 스며드는 12월은 솔로, 커플 할 것 없이 가슴을 데울 안식처를 찾는 계절이다. 춥다고 집에 있으니 우울하고, 딱히 갈 데도 없는 이들은 방랑자처럼 따뜻하고 안락한 영화관을 찾곤 한다. 로맨틱 코미디는 그런 식으로 시간을 떼울 때 가장 바람직한 장르다. 이선균, 최광희 주연의 쩨쩨한 로맨스처럼.


로맨틱 코미디의 수요는 보통 이런 맥락에서 생기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는 흥행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애초에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목적 자체가 다른 영화들처럼 작품 자체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로맨틱 코미디에 가지는 기대는 '무난하고 재밌는 것'이다. 주제가 너무 깊어서는 안 되고, 없어서도 안 된다. 이야기는 너무 복잡해도 안 되고 쉬워서도 안 된다. 배우는 못 생겨서도 안 되고, 너무 잘 생겨도 안 되며, 너무 웃겨도 안 되고 진지해도 안 된다. 2시간 남짓 시간을 떼우면서 돈 버렸다는 생각만 안 드는 딱 평균만큼 하면 된다.


일단 '무난함'을 지키고 나면 그 다음부터가 본 게임이다. 영화의 승패를 가르는 진짜 싸움은 작품 밖에 존재한다.


대부분은 시기와 관련된 것이다. 다른 모든 영화에도 적용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경우는 좀 민감하게 적용된다. 작품 내적으로는 다른 작품과 차별성을 둘 구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짐작할 만한 것으로는 연휴, 방학, 계절 등 특정 시기 별로 관객의 수요가 달라지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변수가 나비효과처럼 많다. 경쟁작은 어떤지, 그 해 어떤 영화가 많았고, 이슈는 뭐였는지, 관객이 어떤 이야기에 질렸고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처럼 그럴듯 한 것부터, 개봉하는 날 여 배우 드레스는 어떤지, 디시인사이드에 관련 글이 올라왔는지, 시사회 때 감독이 면도는 했는지 같은 자잘한 변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천재라도 쉽게 읽을 수 없다. 흐름을 읽어내고 이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곧, 로맨틱 코미디의 성패는 반이 '운빨'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머지 반은, 솔직히 배우빨인듯 싶다.



 



영화 쩨쩨한 로맨스는 소기의 성공을 거두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성공했으니 훌륭하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는 그렇게 말하기 싫다. 짐작하겟지만 영화의 흥행 요인이 작품 외부적인 요인에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으니 중박이라도 했지 사실 따져 본다면 평균만큼도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설정 자체는 괜찮았다. 실전 경험 없는 허세 작렬 섹스칼럼니스트와 그림은 잘 그리나 이야기가 재미없는 만화가가 함께 성인 만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설정.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몰라도 참신하다. 굳이 따지자면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와 조금 비슷한 듯 하지만 '만화가'와 '스토리텔러'와의 만남, 그들이 함께 만화를 그리며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은 로맨틱 코미디로 그려내기에 딱 적당한 소재라고 볼 수 있다.


배우와 연기는 두말할 것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여기까지는 괜찮다.


19금 섹시 로맨틱 코미디라는 단어가 맘에 걸린다. 내용이 19금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대문짝만하게 '19금'이라고 홍보하고 다니는 것은 못마땅하다. '19금 섹시 코미디'라는 것은 그 자체로 '미성년자 관람 불가'와는 의미가 다르다. 섹시 코미디라는 뜻인데 영화를 보면 사실상 그냥 '음담패설 코미디' 쪽이 더 어울린다. 정말 제목처럼 쩨쩨하게 음담패설만 늘어놓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다. 색즉시공정도는 돼야 섹시 코미디라고 홍보하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영화관에 들어서는 관객의 기대치와 영화의 내용에 공백이 생긴다면 영화를 보고 나온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스토리도 문제다. 시나리오를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영화에서 만화 스토리텔러로 활동하는 다림(최강희 분)은 시나리오 작가가 본인을 투영하여 만든 인물임에 틀림없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림에 대한 평을 이렇게 한다. '스토리가 붕붕뜬다.'


이 영화에 대해서도 정확한 평이 아닐 수 없다. 스토리가 아주 만화처럼 붕붕 날아다닌다. 머리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시나리오로 찍어나른 느낌이다. 덕택에 어려운 영화가 아닌데도 맥락 잡기가 어렵고 납득도 안 된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넘어가는 과정이 붕붕 떠다녀서 어지럽고 감정 흐름 역시 마찬가지다. 뭐 좀 고민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결정하고, 관심없는가 싶었는데 서로가 좋아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그냥 재밌으라고 만든 것이니만큼 어렵고 심오한 주제는 필요없지만 이 경우처럼 아주 없어도 곤란하다. 영화를 통해서 어떤 교훈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토리를 '붕붕' 띄우지 않기 위해서다.


누가봐도 붕붕 뜨는 스토리를 영화에서 과장되게 옹호하고 반대 파를 희화화하는 것을 보면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다림에 투영하면서 희망 사항을 반영했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


한 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너무 유치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손과 발이 오글오글했다. 덕택에 손가락을 다시 펴고 리뷰를 쓰기까지 꼬박 4일이 걸렸다. 굳이 글로 표현하자니 좀 그렇다. 영화관을 가서 직접 보면 무슨 뜻인지 딱 알 것이다. 일단은 앞서 말한 스토리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인물 감정의 흐름까지 붕붕 떠다니니 몰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연애를 해도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끈적거리는 말을 했다간 '깬다'는 소리 듣기 쉽다. '청담보살'에서 임창정이 했던 "저라는 사람, 이미 당신의 것인걸요."처럼. 아, 생각만 해도 절로 주먹이 쥐어진다.


물론 모든 요소가 완벽하기란 쉽지 않다. 내용부터 시기까지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엽기적인 그녀나 색즉시공, 최근에는 과속스캔들같은 경우처럼 손에 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적다. 모두 내용이 딱히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닥 흠잡을 것 없는 무난한 내용에 운이 좋았던 경우다. 돌려말하면 내용은 무난했지만 운이 나빠서 실패한 영화도 많다. 쩨쩨한 로맨스는 그런 면을 생각하면 운이 참 좋은 경우다.

영화가 아주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앞서 말 했다.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이 많았고 그들이 돈을 아까워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도 이미 성공이다. 굳이 몇 가지 문제점을 끄집어 낸 이유는 '운은 좋았는데, 내용도 좋았더라면…….'하는 작은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미화한다면 어떨까?







[written by column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