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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리뷰

[영화리뷰]꿈에 대한 인류의 도전이 시작된다.





꿈에 대한 인류의 도전이 시작된다 (인셉션, 2010,7)
 


인셉션은 꿈을 대상으로 한 영화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위하면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정신분석학을 통해 인간의 정신구조를 의식과 무의식, 초의식으로 나눈 이후 정신의 작용 작용에 관한 연구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인셉션이란 영화는 그러한 구조 위에서 과학기술을 응용해 무의식의 꿈을 의식적으로 이용하는 메커니즘을 도입하고 있다.


주인공은 특수한 약을 투입해 꿈속에서도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러한 약이 실재로 개발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육체에 약을 투사하여 정신병을 억제하고 있는 현실을 과장하여 이러한 상상력을 발휘하였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꿈은 하나의 가상공간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화두도 가상공간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가상공간이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현실공간을 인류는 이제 가상공간마저 기술의 힘을 빌려 장악하고 싶어 한다. 매트릭스나 아바타, 인셉션은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매트릭스의 경우 작품 내에서 사건의 전개는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고 현실은 그것에 의존해 있는 방법이다. 아바타는 그에 비해서 한 단계 나아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의 도움을 받아 가상공간에서의 일을 현실의 세계에 실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셉션은 그러한 세계로 진입하기 이전의 단계를 상정하고 있다. 인간의 기술이 어떻게 의식의 세계와 접촉하게 될 것인가를 상상해 보고 있는 것이다. 즉, 이러한 영화들은 물질과 정신이 양분되어 있던 세계관에서 물질과 정신을 통합하려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상당히 복잡한 사건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꿈을 훔치는 미션에 머물던 이야기가 꿈을 조작하는 미션으로 바뀌면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전형적인 파티형(party) 구조를 보이며, 각자가 하나의 영역을 담당하고 주인공은 그들을 이끄는 영웅적 리더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이어주는 메커니즘은 대부분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전달된다. 처음으로 그러한 메커니즘을 접하는 관객을 위한 감독의 배려인 것이다. 또한 그러한 정보는 사건 전개의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 있다. 매트릭스나 아바타에서는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물들이 메커니즘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처음에는 새로운 세계관에 익숙지 않던 주인공이 주변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실제로 경험을 하면서 그 본질을 깨닫게 되고 마침내는 주변인물들보다 더 나아가게 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이 영화에서 인셉션의 메커니즘은 주인공의 경험에서 시작되어 주변으로 파급되는 형식이다.


영화가 제시하는 메커니즘에 따르면, 특정한 기계를 통해 함께 약을 투여 받은 사람들은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설계한 가상의 꿈을 공유하게 된다. 이때 특정한 대상을 꿈속으로 불러들여 그 사람의 무의식 깊이 숨겨놓았던 정보를 훔쳐오는 것도 가능하다.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의 인물들은 원래 그러한 꿈속 정보를 훔쳐오는 스파이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영화는 현실과 꿈의 시간관계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꿈속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10시간 대 5분의 비율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또 꿈속에서도 다시 꿈을 꾸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정을 제시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적절히 활용하면, 현실에서 몇 분이 꿈속에서는 수십 년이 될 수도 있다는 설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영화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각 시간 층위에서 존재하는 사건들을 별개의 사건으로 전개시킴으로써 사건의 구조를 복잡하게 조작하고 있다. 그러한 점이 흥미를 유발하고 긴장감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메커니즘은 앞의 두 가지 방식을 접목하여 상대방의 무의식을 조작하는 방법이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만이 유일하게 그러한 실험을 해 본 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이 주인공에게 하나의 트라우마로 형상화되고 있다. 주인공 부부는 꿈을 설계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꿈속에서 50년을 함께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현실세계에 두고 온 자식들이 걱정되어 꿈에서 깨어나고자 한다. 그런데 아내는 꿈을 망각하여 현실로의 귀환을 거부한다. 그러한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주인공은 아내의 꿈을 조작하여 현실로 귀환하고자 하는 욕구를 심어준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제약이 발생한다. 꿈에서 깨기 위해서는 킥이라는 작용이 필요한데, 이것은 꿈을 깨기 위한 두 가지 방식의 자극을 의미한다. 첫 번째는 외부에서 물리적 충격이나 약속된 감각자극을 주입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꿈속에서 살해당하는 방식이다. 이는 실재 우리가 꿈에서 깨어나는 방식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관객의 상상력을 쉽게 자극한다.


주인공은 아내를 꿈에서 깨우기 위해 꿈속에서 자살을 암시하는데, 문제는 그 암시가 너무 강해서 꿈에서 깨어난 아내가 현실을 꿈으로 착각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주인공은 상당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내의 자살 사건에 연루되어 고향을 버리고 타지를 떠돌게 된다. 특히 고향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자식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러한 두 가지 정신적 상처가 충돌하다가 마침내 자식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해지면서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인셉션이라는 임무를 받아드리게 된다.


인셉션은 아내에게 했던 것처럼 특정 인물의 꿈에 들어가 그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의식의 강화 프로그램을 받은 상대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다. 주인공은 최고의 파티를 구성하여 그러한 대상의 꿈에 들어가 꿈을 조작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다시 아내와의 사건이 중첩되고 주인공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트라우마에 다시 한 번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결말을 중의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미션의 성공여부를 관객의 상상력에 맡긴다. 이 미션은 정해진 시간 안에 킥을 통해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또는 킥을 받기 전에 살해당하면 무의식의 저편에서 떠돌아야 한다는 금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주인공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혼자 의식의 저편에 남는다. 그런데 그 후에 사건은 급속히 해피엔딩을 향해 치닫는다. 문제는 그러한 해피엔딩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인지 꿈속을 떠도는 주인공의 무의식이 만들어 낸 것인지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호성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는 하나의 장치를 제시하고 있다. 주인공은 꿈속에서 일어난 일과 현실의 사건을 구별하기 위해 팽이를 하나 준비한다. 이 팽이는 꿈속에서는 영원히 돌고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돌다가 넘어진다. 이것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피엔딩의 장면에서 이 팽이는 넘어질 듯 말 듯 한 모습을 보이다가 끝나버린다. 즉, 이 결말의 실체를 숨겨버린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그려낸 세계는 오늘날 인류가 도전하고자 하는 정신세계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결말이 어떻게 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머지않은 미래에 기술의 도움을 받아 꿈을 조작하는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러한 시대의 도래가 우리의 삶을 과연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누구보다 앞서서 꿈의 시대를 맞이하였지만,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았던가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매트릭스와 아바타에서도 그러했지만, 인류는 환상적인 미래에 대한 희망과 함께 두려움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written by 건달]






2010/06/10 - [비평]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우리에게 어울리는 꿈이란?